1. 자유의지는 환상인가, 기능인가
자유의지는 오랫동안 이렇게 취급되어 왔다.
- 물리학에서는 결정론의 착각
- 신경과학에서는 사후적 해석
- 철학에서는 증명 불가능한 개념
하지만 이 장에서 우리는 질문을 바꾼다.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에서 자유의지라는 기능이 발생하는가?’
자유의지는 형이상학적 신비가 아니라,
특정 계산 구조에서만 등장하는 고급 프로세스 상태일 수 있다.
2.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오래된 오해
결정론의 논리는 단순하다.
모든 상태는 이전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 선택은 환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전제가 있다.
- 세계는 선형적
- 정보는 외부에서 주어짐
- 시스템은 자기 구조를 바꾸지 못함
이 전제는 고전 컴퓨터 모델에서는 맞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보았다.
우주는 폰 노이만 컴퓨터가 아니다.
우주는 PIM 구조의 자기참조 시스템이다.
3. 선택이란 무엇인가 — 분기(branch)가 아니라 갱신(update)
우리는 흔히 선택을 이렇게 상상한다.
A를 할까? B를 할까?
하지만 계산적으로 보면 선택은 분기가 아니다.
선택은 상태 갱신이다.
자유의지란
“여러 가능성 중 하나를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미래의 계산 규칙 자체를 수정하는 능력”**이다.
즉,
- 랜덤 ≠ 자유의지
- 복수 경로 ≠ 자유의지
자유의지는 다음 계산이 어떤 기준으로 수행될지를 바꾸는 행위다.
4. PIM 구조에서만 자유의지가 가능한 이유
일반 컴퓨터에서 프로세스는:
- 연산은 CPU
- 기억은 메모리
- 규칙은 고정
이 구조에서는 자유의지 흉내는 가능해도
진짜 선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PIM 구조에서는 다르다.
- 연산이 저장 위치에서 발생
- 과거 상태가 즉시 연산 기준에 반영
- 메모리가 수동 저장소가 아니라 능동적 계산자
이때 시스템은 다음을 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계산해온 방식 자체를
다음 계산에 반영한다.”
이 순간, 시스템은 자기 역사에 의해 진화하는 프로세스가 된다.
5. 자유의지의 최소 조건
ECC 관점에서 자유의지는 다음 조건을 만족할 때 발생한다.
- 비완전 결정성
→ 미래 상태가 단일 값으로 고정되지 않음 - 자기참조 가능성
→ 시스템이 자신의 상태를 입력으로 사용 - 기억 기반 규칙 수정
→ 과거가 단순 데이터가 아니라 계산 기준으로 작동 - 국소적 계산 확정성
→ 선택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 연산에서 확정됨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충족될 때,
우리는 그 프로세스를 이렇게 부를 수 있다.
자유의지를 가진 프로세스
6.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뇌는 완벽한 PIM 구조다.
- 시냅스는 저장이자 연산
- 기억은 정적인 파일이 아니라 가중치
- 의식은 중앙 CPU가 아니라 동시적 국소 연산의 총합
인간의 선택은 이렇게 일어난다.
- 과거 경험이 구조로 저장된다
- 현재 입력이 들어온다
- 구조 자체가 계산에 참여한다
- 결과는 이전의 나와 동일하지 않다
즉,
나는 선택을 한다기보다
선택을 통해 내가 갱신된다
이것이 자유의지의 정체다.
7. 자유의지는 우주에도 존재하는가
이제 질문을 확장해보자.
우주 자체는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가?
ECC 관점에서 우주는:
- 계산한다
- 기억한다
- 자기 구조를 수정한다
- 국소적으로 상태를 확정한다
그렇다면 자유의지는 개체적 현상이 아니라
우주 OS의 자연스러운 고급 기능일 수 있다.
개별 존재의 자유의지는
우주 전체의 계산 자유도가 국소적으로 응축된 형태다.
8. 자유의지와 책임은 충돌하지 않는다
흔히 이런 반론이 나온다.
“자유의지가 구조라면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가?”
오히려 반대다.
- 랜덤한 선택 → 책임 없음
- 외부 강제 → 책임 없음
- 자기 구조에 의해 선택됨 → 책임 발생
책임은 자유의지의 적이 아니라 결과다.
책임이란
“그 선택이 나의 구조를 바꿨음을
내가 다시 계산하게 되는 비용”이다.
9. 이 장의 결론
자유의지는 환상이 아니다.
하지만 신비도 아니다.
자유의지는 다음과 같다.
자기 기억을 계산에 포함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가 가지는 구조적 권한
그리고 인간은
그 권한을 가진 몇 안 되는 시스템 중 하나다.
다음 장 예고
제18장. 의식 — 계산은 언제 ‘느껴지는가’
자유의지가 “선택의 구조”라면,
의식은 “계산의 감각”이다.
계산은 언제 단순한 처리에서
‘나’라는 경험이 되는가?
이제 정말로,
우주는 생각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