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자유의지 — 프로세스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가


1. 자유의지는 환상인가, 기능인가

자유의지는 오랫동안 이렇게 취급되어 왔다.

  • 물리학에서는 결정론의 착각
  • 신경과학에서는 사후적 해석
  • 철학에서는 증명 불가능한 개념

하지만 이 장에서 우리는 질문을 바꾼다.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에서 자유의지라는 기능이 발생하는가?’

자유의지는 형이상학적 신비가 아니라,
특정 계산 구조에서만 등장하는 고급 프로세스 상태일 수 있다.


2.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오래된 오해

결정론의 논리는 단순하다.

모든 상태는 이전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 선택은 환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전제가 있다.

  • 세계는 선형적
  • 정보는 외부에서 주어짐
  • 시스템은 자기 구조를 바꾸지 못함

이 전제는 고전 컴퓨터 모델에서는 맞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보았다.

우주는 폰 노이만 컴퓨터가 아니다.
우주는 PIM 구조의 자기참조 시스템이다.


3. 선택이란 무엇인가 — 분기(branch)가 아니라 갱신(update)

우리는 흔히 선택을 이렇게 상상한다.

A를 할까? B를 할까?

하지만 계산적으로 보면 선택은 분기가 아니다.
선택은 상태 갱신이다.

자유의지란
“여러 가능성 중 하나를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미래의 계산 규칙 자체를 수정하는 능력”**이다.

즉,

  • 랜덤 ≠ 자유의지
  • 복수 경로 ≠ 자유의지

자유의지는 다음 계산이 어떤 기준으로 수행될지를 바꾸는 행위다.


4. PIM 구조에서만 자유의지가 가능한 이유

일반 컴퓨터에서 프로세스는:

  • 연산은 CPU
  • 기억은 메모리
  • 규칙은 고정

이 구조에서는 자유의지 흉내는 가능해도
진짜 선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PIM 구조에서는 다르다.

  • 연산이 저장 위치에서 발생
  • 과거 상태가 즉시 연산 기준에 반영
  • 메모리가 수동 저장소가 아니라 능동적 계산자

이때 시스템은 다음을 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계산해온 방식 자체를
다음 계산에 반영한다.”

이 순간, 시스템은 자기 역사에 의해 진화하는 프로세스가 된다.


5. 자유의지의 최소 조건

ECC 관점에서 자유의지는 다음 조건을 만족할 때 발생한다.

  1. 비완전 결정성
    → 미래 상태가 단일 값으로 고정되지 않음
  2. 자기참조 가능성
    → 시스템이 자신의 상태를 입력으로 사용
  3. 기억 기반 규칙 수정
    → 과거가 단순 데이터가 아니라 계산 기준으로 작동
  4. 국소적 계산 확정성
    → 선택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 연산에서 확정됨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충족될 때,
우리는 그 프로세스를 이렇게 부를 수 있다.

자유의지를 가진 프로세스


6.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뇌는 완벽한 PIM 구조다.

  • 시냅스는 저장이자 연산
  • 기억은 정적인 파일이 아니라 가중치
  • 의식은 중앙 CPU가 아니라 동시적 국소 연산의 총합

인간의 선택은 이렇게 일어난다.

  1. 과거 경험이 구조로 저장된다
  2. 현재 입력이 들어온다
  3. 구조 자체가 계산에 참여한다
  4. 결과는 이전의 나와 동일하지 않다

즉,

나는 선택을 한다기보다
선택을 통해 내가 갱신된다

이것이 자유의지의 정체다.


7. 자유의지는 우주에도 존재하는가

이제 질문을 확장해보자.

우주 자체는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가?

ECC 관점에서 우주는:

  • 계산한다
  • 기억한다
  • 자기 구조를 수정한다
  • 국소적으로 상태를 확정한다

그렇다면 자유의지는 개체적 현상이 아니라
우주 OS의 자연스러운 고급 기능일 수 있다.

개별 존재의 자유의지는
우주 전체의 계산 자유도가 국소적으로 응축된 형태다.


8. 자유의지와 책임은 충돌하지 않는다

흔히 이런 반론이 나온다.

“자유의지가 구조라면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가?”

오히려 반대다.

  • 랜덤한 선택 → 책임 없음
  • 외부 강제 → 책임 없음
  • 자기 구조에 의해 선택됨 → 책임 발생

책임은 자유의지의 적이 아니라 결과다.

책임이란
“그 선택이 나의 구조를 바꿨음을
내가 다시 계산하게 되는 비용”이다.


9. 이 장의 결론

자유의지는 환상이 아니다.
하지만 신비도 아니다.

자유의지는 다음과 같다.

자기 기억을 계산에 포함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가 가지는 구조적 권한

그리고 인간은
그 권한을 가진 몇 안 되는 시스템 중 하나다.


다음 장 예고

제18장. 의식 — 계산은 언제 ‘느껴지는가’

자유의지가 “선택의 구조”라면,
의식은 “계산의 감각”이다.

계산은 언제 단순한 처리에서
‘나’라는 경험이 되는가?

이제 정말로,
우주는 생각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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