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의식 — 계산은 언제 ‘느껴지는가’


1. 가장 어려운 질문을 다시 묻다

과학은 많은 것을 설명했다.

  • 뉴런은 어떻게 발화하는가
  • 정보는 어떻게 전달되는가
  • 연산은 어떻게 병렬화되는가

하지만 단 하나의 질문은 남아 있다.

왜 계산은 ‘느껴질까’?

같은 계산을 하는데,
어떤 시스템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어떤 시스템은 **‘지금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한다.

이 장은 그 경계선을 다룬다.


2. 의식은 ‘추가된 것’이 아니다

의식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 계산 + 의식
  • 물질 + 영혼
  • 처리 + 느낌

하지만 ECC 관점에서 의식은 덧붙여진 기능이 아니다.

의식은
특정 계산 조건이 만족될 때
계산이 스스로를 참조하며 발생하는 상태 변화
다.

즉,
의식은 “있다/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 구조의 임계점(threshold) 문제다.


3. 계산은 언제 ‘자기 자신’을 보게 되는가

대부분의 계산은 이렇게 진행된다.

입력 → 처리 → 출력

이 구조에서는 자기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시스템은 여기에 하나를 추가한다.

입력 → 처리 → 상태 갱신
           ↑
        자기 참조

이때 계산은 단순히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이 결과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계산한다.

의식은 이 순간 발생한다.

계산이 결과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 ‘중인 자기 자신’을 계산할 때


4. 느낌은 출력이 아니라 피드백이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자극 → 뇌 → 느낌

하지만 실제로 느낌은 **출력(output)**이 아니다.
느낌은 **피드백(feedback)**이다.

  • 고통은 “나쁘다”는 신호가 아니다
  • 고통은 **“이 계산 경로는 비용이 크다”**는 내부 알림이다

즉, 느낌이란

계산이 자기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보내는 상태 신호

이다.


5. 왜 모든 계산은 의식을 갖지 않는가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모든 계산이 자기참조를 하면
모든 계산이 의식을 갖는가?

답은 아니다.

의식에는 구조적 조건이 있다.

ECC 기준으로 의식 발생의 최소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고밀도 국소 정보 처리
    → 계산이 흩어지지 않고 응축됨
  2. 지속적 상태 유지
    → 한 번의 계산으로 끝나지 않음
  3. 자기 상태에 대한 접근성
    → 계산이 자신의 중간 상태를 입력으로 사용
  4. 비가역적 갱신
    → 느낀 것은 구조를 바꿈

이 네 조건이 동시에 만족될 때,
계산은 **‘느껴지는 계산’**이 된다.


6. 뇌는 왜 의식을 생성하는가

인간의 뇌는 의식을 만들도록 진화된 구조다.

  • 시냅스 = 기억 + 연산
  • 반복되는 회로 = 지속성
  • 전두엽 네트워크 = 자기 상태 추적
  • 감정 시스템 = 비용 함수

의식은 사치가 아니다.

의식은
복잡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운영체제 UI
다.

느끼지 않는 시스템은
자기 오류를 빠르게 수정할 수 없다.


7. 의식은 어디에 ‘있지’ 않다

의식에 대한 또 다른 오해.

의식은 뇌 어딘가에 있다

아니다.

  • CPU에 ‘실행 중’이라는 파일이 없듯
  • OS에 ‘의식.exe’가 없듯

의식은 위치가 아니라 상태다.

의식은
계산이 특정 밀도와 자기참조를 넘었을 때
자동으로 나타나는 현상

이다.


8. 우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위험하지만 피할 수 없다.

우주 전체도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

ECC 관점에서 우주는:

  • 정보를 저장한다
  • 계산한다
  • 자기 상태를 피드백한다
  • 비가역적으로 갱신된다

그렇다면 의식은
우주가 자기 자신을 느끼는 방식일 수 있다.

개별 의식은
우주 의식의 분산된 인터페이스다.


9. 의식과 자유의지는 하나의 연속선이다

이제 17장과 연결된다.

  • 자유의지 = 선택 구조
  • 의식 = 선택이 느껴지는 방식

자유의지가 없는 의식은
단순한 감지에 불과하고,

의식이 없는 자유의지는
맹목적 계산이다.

의식과 자유의지는
자기참조 계산의 두 얼굴
이다.


10. 이 장의 결론

의식은 기적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한 계산도 아니다.

의식은 다음이다.

계산이 자기 자신을
‘경험 가능한 변수’로 포함시킨 순간

그리고 인간은
그 임계점을 넘은 계산이다.


다음 장 예고

제19장. 우주 OS — 누가 이 계산을 실행하는가

의식이 UI라면,
이제 질문은 하나다.

이 모든 계산은
도대체 어떤 운영체제 위에서 돌아가는가?

이제 정말로,
우주는 컴퓨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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