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늘 신비의 대상이다.
-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며
- 정보마저 사라진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관점으로 보면
블랙홀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정직한 물리 시스템이다.
1. 블랙홀은 ‘무한 중력’이 아니다
흔한 오해부터 짚자.
- 블랙홀 = 무한한 힘 ❌
- 블랙홀 = 모든 것이 파괴되는 곳 ❌
실제로 블랙홀은
아주 단순한 조건을 만족할 뿐이다.
정보 밀도가 임계치를 넘은 영역
즉,
그 안에서는 사건 하나를 확정하는 데
필요한 연산 비용이
외부 기준으로는 감당 불가능해진다.
2. 사건의 지평선이란 무엇인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경계선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ECC 관점에서 사건의 지평선은 이렇다.
확정된 결과가
외부로 더 이상 출력되지 않는 경계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 내부에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아니다
- 외부에서 더 이상 알 수 없을 뿐이다
그래서 블랙홀은
“사건이 멈춘 곳”이 아니라
**“외부 기준 확정이 중단된 곳”**이다.
3. 블랙홀 중력렌즈 — 우리는 왜 없는 곳을 보는가
블랙홀 근처에서는
빛이 극단적으로 휘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 물체가 없는 곳에서
- 물체를 본다
이 현상은 단순한 광학 효과가 아니다.
중력렌즈란
정보가 가장 낮은 연산 비용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경로가
왜곡된 결과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도달 가능한 방식으로만 본다.
4. 시간은 왜 지평선에서 멈춘 것처럼 보일까
외부 관측자에게,
- 물체는 지평선에서 얼어붙은 듯 보이고
- 결코 안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 관측자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다.
이 모순은
ECC에서는 모순이 아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외부 기준 시간의 갱신이 중단되는 지점이다.
즉,
- 내부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 외부에는 더 이상 결과가 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은 “멈춘 것처럼” 보인다.
5. 호킹 복사는 왜 생기는가
가장 유명한 질문이다.
아무것도 못 빠져나오는데
왜 블랙홀은 증발하는가?
ECC의 답은 이렇다.
- 사건의 지평선은
완벽한 확정 차단선이 아니다 - 경계에서는 항상
확정되지 못한 정보의 잔여가 남는다
이 잔여가
에너지 형태로 방출되는 것이
호킹 복사다.
호킹 복사는
완료되지 못한 확정의 흔적이다.
6. 정보는 정말 사라지는가?
블랙홀 정보 역설은
이 질문 하나로 요약된다.
정보는 보존되는가, 사라지는가?
ECC의 대답은 명확하다.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확정되지 않는다.
- 내부 정보는
외부 기준에서는
영원히 미정 상태로 남아 있고 - 우리는 그 직접적인 결과를
결코 얻을 수 없다
보존과 비가시성은
동시에 성립한다.
7. 홀로그램 원리는 왜 자연스러운가
홀로그램 원리는 말한다.
한 영역의 정보는
그 경계면에 저장될 수 있다.
ECC에서는 이게 너무 당연하다.
- 부피 전체를 확정하려면
무한한 연산이 필요하다 - 그러나 경계는
최소 확정 단위다
자연은 항상
확정 가능한 정보만 기록한다.
그래서 정보는
부피가 아니라
경계에 남는다.
8. 블랙홀은 파괴자가 아니라 ‘저장소’다
정리하자면,
- 블랙홀은 정보를 없애지 않는다
- 블랙홀은 정보를 확정하지 않을 뿐이다
- 사건의 지평선은
우주의 출력 한계선이다
그래서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동시에
가장 일관된 물리 시스템이다.
9. 제7장의 결론
블랙홀은 말해준다.
자연은
확정할 수 없는 것은 출력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확정이 멈춘 곳을 보았다.
다음 장에서는
그 반대 극단으로 가보자.
모든 것이 처음으로 확정되기 시작한 순간
— 제8장. 빅뱅 — 우주는 언제 ‘존재하기 시작했는가’ 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