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이미 충분히 오래 존재했다.
별은 태어나고 사라졌고, 은하는 흩어지고 있다.
열역학적으로 보자면, 우주는 이미 ‘식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주는 끝날 기미가 없다.
오히려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이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은 두 개의 이름을 만들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고, 직접 측정할 수도 없지만
우주 질량–에너지의 95%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존재들이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왜 우주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계속 존재하려 하는가?
ECC 이론은 이 질문을 의지나 목적이 아닌, 계산의 관점에서 다시 묻는다.
1. 암흑물질 — 보이지 않는 중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조’
암흑물질은 처음부터 이상한 존재였다.
빛을 내지 않고, 흡수하지도 않으며,
오직 중력 효과로만 존재가 드러난다.
은하의 회전 곡선은 말해준다.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은하가 흩어져야 한다.
그런데 은하는 유지된다.
기존 물리학은 말한다.
“보이지 않는 질량이 더 있다.”
ECC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우주는 굳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구조를 유지하는가?
ECC 관점에서 암흑물질은
추가된 질량이 아니라, 정보 구조의 골격이다.
- 별과 가스는 ‘계산 결과’
- 암흑물질은 그 결과들이 서로를 참조할 수 있게 만드는 계산 틀
암흑물질이 없다면,
- 은하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고
- 정보는 빠르게 흩어지며
- 계산은 지역적으로 끝나버린다
즉,
암흑물질은 우주가 너무 빨리 계산을 끝내지 않도록 붙잡는 구조체다.
2. 암흑에너지 — 미는 힘이 아니라, 끝나지 않게 하는 조건
암흑에너지는 더 이상하다.
이것은 구조를 묶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공간 자체를 늘린다.
그리고 그 세기는 놀랍게도 거의 일정하다.
왜 일정할까?
왜 시간이 흘러도 약해지지 않을까?
ECC는 이 점을 결정적으로 해석한다.
암흑에너지는 ‘힘’이 아니다.
계산이 계속 가능하도록 공간 밀도를 조절하는 조건이다.
우주가 팽창하지 않는다면,
- 정보 밀도는 증가하고
- 상호작용은 과밀해지며
- 국소적 계산 충돌이 발생한다
이는 곧,
- 빠른 엔트로피 포화
- 조기 열적 죽음
- 계산 종료를 의미한다
암흑에너지는 이를 방지한다.
우주는 스스로를 늘려
아직 계산되지 않은 가능성을 보존한다.
3. 왜 우주는 멈추지 않는가
기존 우주론은 묻는다.
- 팽창은 언제 멈출까?
- 암흑에너지는 사라질까?
ECC는 질문을 바꾼다.
우주는 언제 계산을 끝낼 수 있을까?
암흑물질은 구조를 유지하고,
암흑에너지는 공간을 확장한다.
이 둘의 조합은 하나의 목적을 가진다.
존재를 아직 ‘확정하지 않기 위해’.
존재가 확정된다는 것은
- 더 이상 상태가 변하지 않고
- 더 이상 정보가 생성되지 않으며
- 계산이 끝났다는 뜻이다.
우주는 아직 그 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다.
4. 암흑은 미지(未知)가 아니라, 미확정(未確定)이다
‘암흑’이라는 이름은 오해를 낳는다.
마치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ECC 관점에서 암흑은
아직 계산 결과로 드러나지 않은 정보 영역이다.
- 암흑물질: 구조는 있으나 결과가 드러나지 않은 정보
- 암흑에너지: 계산을 지연시키는 공간적 여유
이들은 우주의 오류가 아니다.
오히려 우주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5. 다음 질문으로
그러나 어떤 계산도 영원할 수는 없다.
팽창은 계속되고, 상호작용은 희미해진다.
정보는 점점 서로를 참조하지 못하게 된다.
그때, 우주는 어떤 상태에 도달할까?
모든 정보가 더 이상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
다음 장에서는
우주의 진짜 종말로 여겨져 온 상태를
다시 해석한다.
제9장. 빅 프리즈 — 모든 정보가 침묵할 때
여기까지는,
우주가 왜 아직 살아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