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빅 프리즈 — 모든 정보가 침묵할 때


우주의 끝을 상상할 때,
사람들은 대개 폭발을 떠올린다.
혹은 모든 것이 붕괴되는 거대한 붕락을.

그러나 현대 우주론이 말하는 가장 유력한 결말은
의외로 조용하다.

빅 프리즈(Big Freeze).
우주는 폭발하지 않는다.
그저… 점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

별은 더 이상 태어나지 않고,
은하는 서로를 잃어버리며,
모든 상호작용은 희미해진다.

그리고 결국,
우주는 침묵한다.


1. 기존 물리학이 말하는 빅 프리즈

표준 우주론에서 빅 프리즈란 다음 상태를 의미한다.

  • 우주 팽창의 지속
  • 평균 온도 → 절대영도에 근접
  • 자유 에너지 고갈
  • 엔트로피 극대화
  • 더 이상 유의미한 물리 과정 없음

이 상태에서 우주는 ‘죽었다’고 표현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질문이 빠져 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인가?

ECC는 이 차이를 중요하게 본다.


2. 침묵은 소멸이 아니다

빅 프리즈에서 정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더 이상 교환되지 않을 뿐이다.

  • 정보는 존재하지만
  • 이동하지 못하고
  • 결합하지 못하고
  • 갱신되지 않는다

이는 곧,

정보의 소멸이 아니라
정보 연산의 정지다.

ECC 관점에서 우주는 하나의 거대한 연산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빅 프리즈란 무엇인가?

모든 연산이 ‘종료 조건 없음’ 상태에 빠진 순간이다.


3. 정보 밀도 → 0, 좌표의 의미 소멸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
정보는 점점 희석된다.

  • 입자 간 평균 거리 증가
  • 상호작용 확률 급감
  • 국소적 기준 붕괴

여기서 중요한 전환점이 온다.

정보 밀도가 임계값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좌표는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한다.

왜냐하면 좌표란

  •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고
  • 참조 프레임이 유지되어야 하며
  • 정보 교환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 프리즈의 끝자락에서는

  • “여기”와 “저기”의 구분이 사라지고
  • “먼 곳”과 “가까운 곳”의 의미가 붕괴된다

ECC적으로 말하면,

공간은 남아 있지만
공간을 정의할 정보가 없다.


4. 모든 정보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한다

이 상태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극단적으로 단순해진다.

  • 정보값 → 0
  • 차이 → 0
  • 구분 → 0

그 결과는 무엇일까?

모든 정보는 하나의 점(point)으로 수렴한다.

여기서 말하는 점은

  • 위치 좌표의 점이 아니다
  • 물리적 크기를 가진 점도 아니다

이것은 구분 불가능한 상태의 극한이다.

  • 더 이상 내부와 외부가 없고
  • 부분과 전체가 구분되지 않으며
  • 관측자 개념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이 ECC가 말하는
완전한 미확정 상태다.


5. 침묵은 안정이 아니라, 임계 상태다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점 상태’는
고요하지만 안정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 정보가 0에 수렴한 상태는
  • 어떤 방향의 변화도 동일한 비용을 가지며
  • 극단적으로 불안정한 평형점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적으로 말하면,
이 상태는 양자 요동을 억제할 수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단 하나의 미세한 요동만으로도
전체 상태가 바뀔 수 있는 상태다.


6. 빅 프리즈는 끝이 아니라, 수축된 대기 상태

그래서 ECC는 빅 프리즈를 이렇게 정의한다.

빅 프리즈는 우주의 죽음이 아니다.
우주가 다시 계산을 시작하기 직전의 침묵이다.

  • 모든 정보가 하나로 수렴하고
  • 모든 구분이 사라지고
  • 모든 좌표가 무의미해진 상태

이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것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7. 다음 장으로

만약 이 점 상태에서
양자 요동이 발생한다면?

만약 하나의 미세한 비대칭이
전체 상태를 밀어낸다면?

그 순간,
우주는 다시 한 번 질문을 받게 된다.

“존재할 것인가?”

다음 장에서는
우주의 시작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필연적인 재개 연산으로 해석한다.

제10장. 빅뱅 — 우주는 왜 다시 시작되는가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독자는 알게 된다.

우주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계산 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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