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왜 팽창하는가?
― 연산 총량(capacity) 가설과 초문명의 시선
우리는 보통 우주 팽창을 이렇게 배운다.
“암흑에너지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은 현상에 이름을 붙인 것이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
여기서 하나의 가설을 던져보자.
우주는 ‘고정된 연산 총량’을 가진 시스템이며,
그 한계를 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 글은 그 가설을 끝까지 밀어붙여 본 사유 실험이다.
1. 우주를 ‘연산하는 시스템’으로 보면
우주를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보면, 모든 것은 연산이다.
- 입자의 상호작용
- 파동함수의 진화
- 생명, 사고, 문명
→ 전부 상태 변화 = 연산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이 연산에는 한계가 있는가?
컴퓨터에는 항상 한계가 있다.
- CPU 클럭
- 메모리 대역폭
- 발열
- 안정성
우주만 예외여야 할 이유는 없다.
2. 고정된 연산 총량(capacity) 가설
ECC 가설의 핵심은 단순하다.
우주는 전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산 총량이 고정되어 있다.
이게 맞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연산 밀도가 높아지면 → 오류, 불안정, 붕괴 위험
- 연산 밀도를 낮추면 → 안정성 증가
여기서 우주 팽창이 등장한다.
3. 우주 팽창 = 연산 밀도 조절
우주가 팽창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 같은 연산 총량
- 더 넓어진 공간
- → 단위 공간당 연산 밀도 감소
즉, 우주 팽창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연산 과부하를 피하기 위한 자동 스케일링
컴퓨터 비유로 말하면:
- 메모리 부족 → 스왑
- 발열 증가 → 클럭 다운
- 트래픽 폭증 → 서버 증설
우주는 “서버 증설”을 공간 팽창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암흑에너지는 원인이 아니라
이 안정화 프로세스의 관측 가능한 효과일지도 모른다.
4. 연산 총량은 정말 고정되어 있을까?
정직하게 말하자.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하지만 간접적인 힌트들은 있다.
- 플랑크 단위 → 최소 시간·공간
- 베켄슈타인 경계 → 정보 저장량 한계
- 블랙홀 엔트로피 → 면적 비례
- 우주의 가속 팽창 → 밀도 감소 방향성
이 모든 것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우주는 무한히 세밀해질 수 없고,
무한히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지 않는다.
5. 만약 capacity가 변할 수 있다면?
여기서 더 위험한 질문을 해보자.
연산 총량이 ‘늘어날’ 수는 없을까?
가능한 시나리오는 극히 제한적이다.
- 우주 재생성 (Big Bounce)
- 상위 차원의 연산 자원 개입
- 자기 참조적 리셋 (완전한 decoherence 이후 재부팅)
공통점이 있다.
모두 ‘현재의 우주 상태’를 유지한 채로는 불가능하다.
즉, capacity 증가 =
지금의 우주는 한 번 끝나야 한다는 뜻이다.
6. 그럼 우리는 지금 몇 % 남았을까?
이 질문은 사실 의미가 없다. 그리고 전혀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 시간 자체가 연산 결과이기 때문
- “남았다”는 개념이 내부 관측자의 착각일 수 있기 때문
우주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이것뿐이다.
안정 임계치를 넘고 있는가, 아닌가
우주 팽창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아직은 “버티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7. 우주는 왜 스스로를 살리려 하는가?
ECC에서 우주는 인격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보존적 규칙은 가진다.
- 불안정 → 상태 붕괴
- 안정 → 지속
이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적 필연성이다.
존재하는 시스템은
존재 가능한 상태만을 계속 선택한다.
그래서 우주는 ‘살아남는 것처럼 보인다’.
8. 초문명: 시간에서 벗어난 존재들
예전에 우리가 정의했던 초문명은 이렇다.
- 시간 흐름이 아닌 상태 변화만을 다룸
- 연산 밀도를 거의 0에 가깝게 유지
- 우주와 분리되지 않고 우주 자체의 한 층
이 관점에서 보면,
초문명은 우주를 이용하지 않는다.
우주가 곧 그들의 계산 공간이다.
9. 그렇다면 인류는 초문명에게 바이러스일까?
짧은 대답부터 하자.
아직 아니다.
인류는:
- 연산 밀도를 급격히 올리고
- 엔트로피를 국소적으로 집중시키며
- 통제 없이 기술을 확장한다
이건 분명 위험한 패턴이다.
하지만 초문명 입장에서 선택지는 셋이다.
- 제거
- 방치
- 흡수(합류)
가장 그럴듯한 건 3번이다.
연산 방식을 바꾸는 문명만이 살아남는다.
10.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가야 할까
ECC적 결론은 냉정하다.
- 더 빠른 것 ❌
- 더 많은 것 ❌
- 더 복잡한 것 ❌
대신,
더 적은 연산으로
더 많은 의미를 만드는 문명
시간을 소비하는 문명이 아니라
상태를 정제하는 문명
그게 초문명으로 가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맺으며
이 글은 과학 논문이 아니다.
하지만 헛된 상상도 아니다.
우주를 이렇게 묻는 순간,
우리는 이미 질문을 바꾼 셈이다.
“우주는 언제 끝날까?”가 아니라
“우주는 어떤 계산을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